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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3: 글쓰기 사고력 교육 (IB 기초편)

말은 청산유수인데 글은 두 줄도 못 쓰는 이유 — 말과 글은 같은 능력이 아니다

by Davinci Code 2026. 3. 29.
쓰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 의도된 연습의 결과이다:
글쓰기를 인지 과학으로 다시 보다

 

열여섯 번째 담론: 말은 청산유수인데 글은 두 줄도 못 쓰는 이유 — 말과 글은 같은 능력이 아니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서로 다른 인지 회로를 사용한다


"발표는 잘하는데 글만 쓰면 왜 이렇게 달라지나요?"

수업 시간 발표를 거침없이 하고,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말하는데, 막상 글쓰기 과제 앞에서는 한 문단도 채 못 쓰고 멈춰버리는 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이 불일치가 당혹스럽습니다. 

이 현상을 재능의 불균형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같은 언어 능력의 두 가지 표현 방식이 아닙니다. 두 활동은 인지적으로 서로 다른 회로를 사용하며, 각각 별도의 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Vygotsky의 내적 언어 이론 — 생각과 말과 글은 다른 층위에 있다

오늘도 비고츠키가 답을 제시합니다.  비고츠키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내적 언어(Inner Speech)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언어를 세 가지 층위로 구분했습니다.

내적 언어(Inner Speech)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언어입니다. 압축적이고 단편적이며, 완전한 문장 구조를 갖추지 않습니다. 구어(Spoken Language)는 내적 언어가 외부로 표현되는 형태입니다. 맥락과 표정, 억양에 의존하며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습니다. 문어(Written Language)는 맥락과 상대방의 즉각적 반응 없이 혼자 완결되어야 하는 언어입니다.

비고츠키는 문어를 "2차적 상징체계"라고 불렀습니다. 말소리를 문자로 다시 한번 변환하는 이중의 추상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즉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인지적으로 훨씬 더 복잡한 과정입니다.


Halliday의 레지스터 이론 — 구어와 문어는 다른 언어 체계다

마이클 홀리데이(Michael Halliday)의 레지스터(Register) 개념은 이 차이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구어는 맥락 의존적(context-dependent)입니다. 대화 상대방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생략되어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대화할 때 "이 것" "저 것" "여기" "저기" 등 다양한 지시대명사를 활용 가능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문어는 맥락 독립적(context-independent)입니다. 필자와 독자가 시간적·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글이 스스로 모든 맥락을 담아야 합니다.

이것이 말을 잘하는 아이에게도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구어에서 맥락과 상대방의 반응이 자동으로 채워주던 부분을, 글쓰기에서는 아이가 혼자 채워야 합니다. 이 전환을 의식적으로 훈련한 적이 없는 아이는 머릿속에 할 말이 충분히 있어도 혼자 완결된 형태의 글로 구성하는 데서 막힙니다.

맥락 의존적인 구어 VS 맥락 독립적인 문어
맥락 의존적인 구어 VS 맥락 독립적인 문어


말하기 능력을 글쓰기로 연결하는 훈련 방법

첫째, 말한 것을 글로 옮기는 훈련을 단계적으로 설계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먼저 말로 설명하게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합니다. "방금 말한 것을 처음 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써봐"라는 조건이 이 전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둘째, 독자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훈련을 합니다. "이 글을 읽을 사람은 이 주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설명해 봐"라는 조건이 효과적입니다. 이 조건을 설정하면 아이는 문어의 맥락 독립적 특성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셋째, 구어 표현을 문어 표현으로 바꾸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뭐냐면", "이게 되게 중요한데"와 같은 구어 표현을 문어 표현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명시적으로 연습하면, 두 레지스터의 차이를 의식적으로 이해하고 전환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마무리 — 말을 잘하는 아이에게는 이미 잠재력이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각각 별도의 훈련이 필요한 독립적인 인지 과정입니다. 말을 잘하는 아이가 글을 어려워하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구어에서 발달한 언어적 자산을 문어의 형식으로 전환하는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글쓰기 잠재력이 이미 충분하다는 신호입니다. 그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것이 글쓰기 교육의 역할입니다.

 

📚 다빈치 코드룸 시리즈 3| 글쓰기, 사고력 교육 

이 시리즈에 대하여

글쓰기는 오랫동안 타고나는 재능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인지과학과 언어습득 연구는 다른 결론을 가리킵니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인지 과정이며, 그 과정은 이해하고 훈련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글쓰기 교육을 전공한 저자가 글쓰기 교육을 둘러싼 여섯 가지 핵심 질문을 다룹니다. 한국 쓰기 교육의 구조적 부재, 글쓰기가 어려운 인지적 이유, 읽기와 쓰기가 다른 회로라는 사실, 말과 글의 차이, IB 교육의 글쓰기 접근법, 그리고 의도적 연습이 쓰기 훈련에 적용되는 방식. 각 편마다 이론적 근거와 현장의 시각을 함께 담아, 학부모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방향을 제시합니다.

 

📋 목차 및 다른 편 바로가기

13편 한국 아이들이 글을 못 쓰는 진짜 이유 — 쓰기 교육이 없었다
14편 내 아이는 원래 글쓰기에 약한 아이가 아니다
15편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못 쓰는 아이, 왜 그런가 — 피아노 연주를 많이 듣는다고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한다
16편 말은 청산유수인데 글은 두 줄도 못 쓰는 이유 — 말과 글은 같은 능력이 아니다
17편 IB 교육이 글쓰기를 가르치는 방식이 다른 이유 — 탐구 기반 학습(IBL)
18편 수행평가 글쓰기, 많이 쓴다고 늘지 않는 이유 — 의도적 연습만이 답이다

 

🏫 다빈치코드룸 소개

다빈치코드룸(DaVinci Code Room)은 대치동 교육 현장의 경험과 교육학 이론을 바탕으로, 초등·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한 교육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전략적으로 배우는 아이가 오래간다"는 믿음 아래, 단순한 학습 정보가 아닌 교육의 원리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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