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2: 교육 정책 심층 분석

수행평가가 늘어나는데 학원은 왜 여전히 문제풀이만 시키나 — 구조의 문제,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Davinci Code 2026. 3. 26. 11:43
제도는 바뀌는데 우리 아이 전략은 그대로인가
대치동 현장과 교육학 이론이 함께 말하는,
교육 정책 개편의 진짜 의미

 

열한 번째 담론: 수행평가가 늘어나는데 학원은 왜 여전히 문제풀이만 시키나 — Goodhart의 법칙

교육 시장의 구조적 관성, 그리고 그 관성을 깨는 학원이 만들 변화


"수행평가 비중이 이렇게 늘었는데, 왜 학원은 그대로인가요?"

학교에서는 수행평가, 프로젝트 학습, 토론 수업의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신에서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50~70%에 이르는 과목도 이제는 드물지 않습니다. 평가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학원에서는 여전히 문제집 풀이와 오답 확인이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수행평가 대비는 시험 직전에 급하게 끼워 넣는 특강이거나, 아예 다루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원이 게을러서? 변화를 몰라서? 학원이 바뀌지 않는 데는 게으름보다 훨씬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학부모가 사교육의 홍수 속에서 훨씬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Goodhart의 법칙 — 지표가 목표가 될 때 벌어지는 일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가 1975년에 제시한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어떤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좋은 지표가 아니게 된다."

원래 이 법칙은 통화정책에 대한 것이었지만, 교육 현장에 대입하면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시험 성적은 본래 학생의 학습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런데 입시 시장에서 이 측정 도구가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시험에서 몇 점을 받느냐가 교육의 최종 산출물이 된 것입니다.

이 구조 안에서 학원은 합리적으로 행동합니다. 시험 점수라는 지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올리는 방법에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최적화의 결과가 바로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입니다. 유형을 분류하고, 반복 훈련하고, 오답을 정리하는 방식은 객관식·단답형 시험에서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학원이 문제풀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굿하트의 법칙이 작동하는 시장 구조의 문제입니다.


학원이 바뀌지 않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

굿하트의 법칙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학원의 관성을 유지시키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성과의 가시성 문제

문제풀이는 성과가 눈에 보입니다. 오늘 몇 문제를 풀었고, 정답률이 몇 퍼센트이고, 모의고사 등급이 몇인지가 숫자로 나옵니다. 학부모에게 보고하기 쉽고, 학생 본인도 자신이 '공부를 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반면 수행평가에 필요한 역량 —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능력, 자료를 탐색하고 종합하는 능력, 협업 안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 — 은 단기간에 숫자로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측정하기 어려운 것은 팔기도 어렵습니다. 학원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성과를 보여주기 쉬운 상품에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2. 전환 비용의 문제

기존의 문제풀이 중심 수업 체계를 수행평가 대비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교재 개발, 강사 교육, 수업 설계, 평가 방식까지 전부 바꿔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커리큘럼 수정이 아니라 학원 운영 모델 자체의 재설계입니다.

대부분의 학원에게 이 전환 비용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모델이 당장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을 굳이 바꿀 유인이 약합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 학원 시장에서도 강하게 작동하는 것입니다.

3. 입시의 최종 관문이 여전히 시험이라는 현실

수행평가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 입시의 최종 관문은 여전히 수능과 내신 시험입니다. 수행평가 성적이 내신에 반영되더라도, 학부모와 학생의 체감 우선순위에서 '지필고사 대비'가 '수행평가 대비'보다 앞에 놓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원은 이 우선순위에 맞춰 자원을 배분합니다. 수요가 시험 대비에 집중되어 있는 한, 공급도 시험 대비에 집중되는 것은 시장의 논리로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학원이 바뀌지 않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
학원이 바뀌지 않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

 


그런데 이 관성은 영원하지 않다 — 간극이 만드는 기회

여기까지 읽으면 "결국 학원은 안 바뀌는 거 아닌가?"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관성이 클수록, 그 관성을 깨는 플레이어가 등장했을 때 시장의 변화는 더 급격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학교의 평가 방식은 이미 바뀌고 있습니다. 수행평가, 프로젝트, 서술형 문항의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원은 구조적 이유로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간극은 학부모에게는 불안 요소이지만,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기회입니다. 교육 시장의 역사에서 이런 간극이 오래 유지된 적은 없습니다. 간극이 충분히 커지면, 그것을 채우는 새로운 형태의 학원이 반드시 등장합니다.

어떤 학원이 이 간극을 채울 수 있을까요? 문제풀이만 시키는 학원이 아닙니다. 수행평가에서 요구하는 사고력과 표현력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면서도, 동시에 시험 성적이라는 현실적 성과를 놓치지 않는 학원. 개념 이해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그 이해를 수행평가와 지필고사 양쪽에서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춘 학원. 굿하트의 법칙을 이해하고, 지표 최적화가 아니라 실력 최적화를 설계할 수 있는 학원입니다.

이런 학원이 등장하면, 학원 시장의 판은 한 번 더 바뀝니다. 문제풀이 중심의 학원이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에서, 사고력과 성적을 동시에 설계하는 학원이 선택받는 시대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그전까지 학부모가 챙겨야 할 것

물론 시장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학원이 등장하고 검증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과도기에 학부모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점검이 있습니다.

 

1) 아이의 학원이 수행평가를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하기. 수행평가를 시험 직전 특강으로만 처리하는지, 아니면 평소 수업 안에서 사고력과 표현력을 함께 훈련하는지를 보면 그 학원의 방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2) "점수만 올려준다"는 약속에 의존하지 않기. 단기 점수 상승은 유형 반복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수행평가 비중이 커지는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유리한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입니다. 학원을 선택할 때 이 기준을 함께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 관성을 이해하는 학부모가 변화를 먼저 잡는다

학원이 문제풀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 관성의 결과입니다. 굿하트의 법칙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대부분의 학원은 지표 최적화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평가 방식은 이미 바뀌고 있고, 이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간극이 커질수록, 그것을 채우는 새로운 학원은 반드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때 시장의 판도는 한 번 더 바뀔 것입니다.

지금 학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재 학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가정에서 보완할 것은 보완하는 것. 둘째, 실력 최적화를 설계할 수 있는 학원이 등장했을 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미리 갖추는 것. 관성을 이해하는 학부모가 변화를 가장 먼저 잡게 됩니다.

 

🔑 핵심 이론 : Goodhart의 법칙 + 교육 시장의 구조적 보수성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면 좋은 지표가 아니게 된다." Goodhart의 법칙은 교육 시장의 관성을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학원이 바뀌지 않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해야 학부모가 능동적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 다빈치 코드룸 시리즈 2 | 교육 정책 심층 분석

이 시리즈에 대하여

교육 정책은 발표될 때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혼란을 일으킵니다. 뉴스에서는 제도의 변화를 전달하지만, 정작 "그래서 우리 아이한테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답은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시리즈는 두 가지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첫째, 각 정책이 만들어진 교육철학적 배경과 이론적 근거를 설명합니다.

정책의 표면이 아니라 설계 의도를 이해해야 그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 분석을 바탕으로 학부모와 학생이 취해야 할 실질적 전략을 제시합니다.

정책의 관찰자가 아니라 전략적 대응자가 되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표입니다.

 

📋 목차 및 다른 편 바로가기

7편 ㅤ고교학점제, 우리 아이에게 기회인가 위기인가 — 자기 결정이론

8편 ㅤ2028 수능 개편, 뭐가 바뀌고 뭐가 안 바뀌는가 — Bloom 교육목표 분류학 

9편 ㅤ내신 5등급제, 상위권 아이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 상대평가의 측정학적 한계

10편 ㅤ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기대만큼 효과가 있을까 — OECD 데이터가 말하는 현실

11편 ㅤ수행평가가 늘어나는데 학원은 왜 여전히 문제풀이만 시키나 — Goodhart의 법칙

12편 ㅤ교육과정은 왜 바뀌어도 교실은 안 바뀌는가 — 경로 의존성

 

🏫 다빈치코드룸 소개

다빈치코드룸(DaVinci Code Room)은 대치동 교육 현장의 경험과 교육학 이론을 바탕으로, 초등·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한 교육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전략적으로 배우는 아이가 오래간다"는 믿음 아래, 단순한 학습 정보가 아닌 교육의 원리를 이야기합니다.


ⓒ 다빈치코드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